BBC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인류는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질병 X'라 불리는 새로운 전염병이 언제든지 발병할 가능성이 있으며, 향후 10년 안에 코로나19 규모의 팬데믹이 다시 발생할 확률이 4명 중 1명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AI(인공지능)는 다음 팬데믹을 완화하고 대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UCI)과 로스앤젤레스(UCLA)의 연구원들은 소셜 미디어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 전염병을 예측할 수 있는 AI 기반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2015년 이후 미국 트위터에서 수집된 23억 개의 게시물을 분석해 전염병의 초기 징후를 파악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 시스템은 정부나 병원에서 질병 발생을 조기에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하버드 의과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이 개발한 'EVEScape'라는 AI 도구는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종을 예측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팀은 매 2주마다 새로운 변이 순위를 발표하며, HIV와 인플루엔자 같은 다른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정확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이 도구는 백신 제조업체와 항체 연구자들이 빠르게 변이하는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AI는 백신 개발에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AI를 활용해 항체 발견을 가속화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기술은 항체 라이브러리를 빠르게 생성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기존의 몇 달이 걸리는 시간을 단 3일로 줄였다. 이는 팬데믹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 백신 개발 속도를 크게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역시 AI가 전염병 대비에 중요한 도구라고 보고 있다. CEPI의 프로그램 및 혁신 기술 담당 이사인 윤인규 박사는 "AI는 준비 과정을 가속화해주며, 빠른 예측과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AI의 활용에는 분명한 한계도 존재한다. AI는 기본적으로 입력된 정보에 의존하며, 전 세계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첸 리(Chen Li) 교수는 "미국 외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제한적이며, 데이터 편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AI의 윤리적 사용과 공정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필립 압델말리크(Philip AbdelMalik) 박사는 "AI는 결정을 내리는 도구가 아니며, 사람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I는 특정 집단을 대표하거나 잘못된 정보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신뢰와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AI가 팬데믹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신뢰와 협력, 정보 공유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AI의 효용성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WHO의 압델말리크 박사는 "기술이 우리를 제한하는 요소는 아니며, 중요한 것은 관계와 신뢰"라며, 이러한 요소들이 다음 팬데믹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의 발전은 분명 팬데믹 대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인간의 판단과 신뢰 구축이 함께 이루어질 때 그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